한 주간 잘 보내셨나요? 정태희입니다.
지난주 제 캘린더를 열어보니 일정 두 개 옆에 작은 'x'가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알고는 있으라는 표시입니다. 저희는 저를 포함해 전 구성원이 서로의 캘린더를 열어두고, 누구든 일정을 잡고 누구든 초대할 수 있게 해두었거든요. 'x'가 늘어난다는 것은 제 손을 거치지 않은 일들이 알아서 굴러간다는 뜻입니다.
좋아해야 할 일인데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내가 없어도 진짜 잘 돌아가나" 하는 불안이 먼저 올라왔고, 곧이어 "내가 빠진 자리가 잘 돌아가면 대박이지" 하는 안도감이 따라왔습니다. 그 복잡한 마음의 뿌리는 제 완벽주의입니다. 상사와 고객은 이런 저를 두고 "참 꼼꼼하다" 하며 좋아하는데, 같이 일하는 구성원에게는 고통스러울 만큼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이 역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어릴 적에는 이 완벽주의 성향으로 박수를 받았는데, 리더가 되고 나서는 계속 부정적 피드백의 원인이 이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이제는 제가 완벽주의자라고 유쾌하게 인정하지만, 그렇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코칭 케이스를 준비하며 심리학 책을 수없이 읽다 보니, 누구나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결론에 닿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취약성을 정확히 아는 것이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제 완벽주의가 깊어진 가장 큰 이유는 평생 해온 인사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일일수록 더 잘하고 싶었고, 웬만한 결과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한 군데까지 손을 대야 직성이 풀렸지요. 그렇게 일하는 저를 곁에 둔 상사는 늘 최고의 고과와 보너스를 주셨으니, 이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저는 일의 '완성'과 '완결'을 구분합니다. 완성은 내가 맡은 부분을 끝내는 것이고, 완결은 그 일이 고객에게 닿아 아무 불편 없이 쓰이는 데까지 끝내는 것입니다. 영업의 고객은 물건을 사는 사람, 연구의 고객은 기획이나 영업 담당일 수 있습니다. 저처럼 관리를 해온 사람의 고객은 대부분 내부 고객, 구성원과 리더들이었습니다. 디테일의 미학은 그 완결의 마지막 1밀리미터에서 나온다고 믿어왔습니다.
게다가 가만히 보면 고객은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더라고요. 놀라운 아이디어나 거창한 제도보다 약속한 것이 빠짐없이 이뤄졌는지를 묻는 인사를 더 고마워하며, 지나가며 한 말에서 마음을 알아주었는지에 더 고마워합니다. 그래서 고객은 더 디테일하고 더 완벽할수록 좋아합니다. 전화 콜백을 깜빡하거나, 이메일 회신을 빠뜨리거나, 오탈자 하나, 약속 시간 5분, 자료 한 장의 누락등 별것 아닌 것이 신뢰를 흔드는 것도 현장에서 수없이 보았습니다.
저도 고객으로 자주 가는 동네 고깃집이 있습니다. 사장님은 제가 가면 "육회 좋아하셨죠" 하며 한 접시를 슬쩍 챙겨 주십니다. 이제는 그냥 가도 그냥 주십니다. 제가 그 집에 가는 이유는 고기가 맛있어서도, 육회를 공짜로 주셔서도 아닙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손님이 오가는데 제가 무심코 던진 취향 한마디를 기억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라는 존재를 기억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인지요. 고객은 이런 '한 끗 정성'에 마음을 엽니다. 그래서 저는 늘 철저하고 디테일하게 주변과 업무를 챙겨왔고, 여기까지는 백번 옳은 말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총괄 이사가 되어 팀이 꾸려지고, 상무와 부사장이 되어 팀과 조직, 여러 나라를 맡고, 이제 대표가 되어 구성원이 늘어난 뒤에도 완벽주의 근성으로 예전과 똑같이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조직관리 가 서툰 리더초서 재앙 같은 일들을 하나하나 겪고 나서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이러한 실패 사례가 저의 아무도 쫓아올 수 없는 컨설팅 노하우가 되어 버렸고요.
2. 완벽주의 상사의 피곤함
완벽주의 상사 밑에서 일해보신 분은 그 피곤함을 아실 겁니다. 보고서를 올리면 문장 하나, 표 한 줄까지 돌아옵니다. 가만히 보면 틀려서가 아니라 '내 방식과 달라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번 겪고 나면 구성원은 완성도를 높이는 대신 상사의 취향을 추측하는 데 에너지를 씁니다. 요즘은 AI를 충분히 훈련시켜 자기 아바타를 만들어두는 리더도 많아서, 이런 성향의 리더는 더욱 독방 같은 나 홀로 회사가 되어버리기도 하지요.
완벽이 잘못 쓰이면 구성원의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몰입에 '주춤 현상'이 생깁니다. 제출 직전에 손이 멈추고,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묻고, 나중에는 시작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게 됩니다. 구성원이 가진 재량과 능력을 다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진짜 문제를 모른 채 저는 늘 "고몰입 조직"을 외쳤습니다.
제가 자주 하던 "제가 보기엔 디테일이 빠졌어요"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제 눈에는 정확한 지적인데, 듣는 사람에게는 애써 만든 것의 노고가 한순간에 지워지는 말일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 취향과 스타일을 잘 저격한 구성원을 최고의 고성과자로 여겨 월급도 많이 올려주고 빠르게 승진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이 아니라 눈치 보는 "제이드(제 영어 이름) 아바타 조직"이 되는 줄도 모른 채 말입니다.
그렇다고 정반대로 가서도 안 됩니다. 제 섬세한 감각으로 본 확신 때문에 상대의 완벽을 굳이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부정적인 리더"로 비칠까 봐 두려워 제 생각과 소신을 디스카운트하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본질은 인기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의 경우는 빠진 것을 짚기 전에 충분히 먼저 스스로 먼저 해낸 것을 보고, 과정을 함께 거꾸로 이야기 해줍니다. 사실 제손으로 하면 돌 답답하고 빠르지만 오래 갈 수 없음을 아니까요. 그렇게 기다려주다가 제가 생각한 지점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구체적으로 말해 줍니다. 몰아치던 저의 대화는 부검 같은 추궁에서 이제야 비로소 배워서 고맙다든지 '아하', 라고 외쳐주는 성장 토크로 바뀌어가는 중이지요.
리더가 되기 전에는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하려는 습관이 긍정적이기도 했지만, 팀이 커질수록 외골수로 혼자 일하기보다 내가 채우지 못한 구멍을 함께 채우고 완벽함보다 도움 요청 근육을 필요로 합니다. 게다가 리더가 된 후의 꼼꼼함은 어느 선까지가 긍정이고 어디서부터 부정인지를 가르기 보다, 결국 이 완벽주의 성향이 패러독스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꼼꼼히 확인할수록 일은 안전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팀은 덜 꼼꼼해지고, "어차피 대표님이 다시 보실 텐데"라는 안전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구멍을 막으려고 확인했는데, 그 확인이 구멍을 더 크게 만든 셈입니다 . 이 영역이 바로 조직관리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완벽주의를 내려놓는다 라는 말보다 그 근성을 어디에 활용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리박스에도 사실 저 때문에 처음에는 고객이 몰리고 제가 나서줘야 의뢰가 성사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캘린더에 'x'가 늘고, 상무님과 전무님, 어벤져스 리팸들이 과업을 이끌어가십니다. 한 사람이 끝까지 챙기는 조직은 겉으로는 빈틈이 없어 보이지만, 그 한 사람이 빠지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이것이 제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꼼꼼함의 패러독스이기도 했구요.
사실 이 꼼꼼함,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 덕분에 승진도 특진도 했고, 최연소라는 꼬리표도 달며 남보다 빠르게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리박스도 9년차가 되가며 찐한 고객 팸덤도 생겼고요 그런데 돌아보니 오랜 시간 제가 놓친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리더가 된 뒤에는 구성원과 팀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제 과업, 제 성장, 회사 성장만큼 의식적으로 챙겼는가였습니다. 저는 과업과 저 자신만 보았고, 팀은 보지 못했던 어린 리더 였고 이제 조금 회사와 구성원의 성장을 함께 바라보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인정받는 과업, 프로젝트의 완벽한 완결에만 매달리던 불안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구성원이 "드릴 말씀 있습니다" 보다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이 더 무서워 졌습니다.
3. 주방에 들어간 사장님
'사장이 주방에 나오면 식당이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장이 직접 요리사로서 만든 음식이 대박이 나면 그 맛 때문에 손님이 몰립니다. 그런데 가게가 커져 누군가에게 주방을 맡기면 디테일의 한끝이 어긋나고, 단골 한두 분이 "예전 맛이 아니다" 하며 떠납니다. 그렇다고 사장이 주방에 묶이면 재료 투자와 비용 분석, 손님 만족 점검, 가게의 방향을 챙기는 일이 비어버립니다. 조직도 커질수록 어느 쪽 케이스든지 문제가 됨니다.
그러나 어쩌면 저도 이 믿음 때문에, 고객이 떠날까 봐, 우리 팀이 그만큼 해내지 못할까 봐 계속 관여했고, 주방을 떠나지 못한 채 그 믿음으로 제 방식을 확신해왔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장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든 안 하든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장이 주방을 모르면 어떻게 될까요. 재료비가 왜 오르는지, 왜 주문이 밀리는지, 어느 단계가 병목인지, 고춧가루가 몇 스푼 더 들어갔기에 자극적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그 스쳐 가는 '이유'를 모르면 선택지가 둘뿐입니다. "그래, 그렇게 해봐" 하며 메뉴 인기는 좋지만 매출이 떨어지는 음식점 사장이 되거나, "내가 들어가 볼게, 왜 그랬는지 자세히 말해봐" 하며 따지다 마이크로매니징 리더, 피곤한 리더라는 왕관을 쓰게되며 구성원들이 피곤한 상황이라 어느 쪽도 의사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방을 '아는 것'과 주방에 '서 있는 것'은 다르다 정의를 내렸습니다. 다시말해 프로세스 관리는 마이크로매니징이 아닙니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현장과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정은 감이 되고, 감으로 하는 결정은 구성원에게 잠시 기쁠지라도 미래에 더 큰 불확실성을 줍니다. 문제는 이해하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넘어 '대신 하려는' 순간에 생기더라는 거죠. 저는 그것을 마이크로매니징이라고 스스로 정의합니다. 그러니 제 완벽주의는 잘라낼 악습이 아니라 지혜롭게 사용해야 할 좋은 근성이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4. 마이크로매니징의 대상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꼼꼼히 보고, 무엇은 놓아야 할까요. 저는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접점을 '완결의 대상'이라 부르고, 이곳은 완벽하고 꼼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구성원의 업무 자체가 아니라 구성원의 일이 고객에게 닿는 마지막 지점에서 빠진 것이 없는지를 봅니다. 이것이 주방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방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약속한 과업, 고객이 무심코 한 불만과 요구, 시간, 빠진 자료, 이름과 숫자의 오류가 여기에 속합니다.
반대로 점심메뉴 선정, 취미, 일하는 방법, 소통 표현, 스타일, 개인 취향 같은 선택의 영역은 반드시 내려놓아야 합니다. 같은 결과에 이르는 길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인데, 굳이 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담당자가 선택해도 되는 영역에 대표가 관여하는 순간 그것이 진짜 피해야 할 마이크로매니징이 됩니다.
위임과 권한은 영원한 조직관리의 숙제입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연습하는 중입니다. 완벽주의자일수록 구성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위임에 약합니다. 나만큼 하지 않으니 결과가 불안하고, 선뜻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내가 잠을 덜 자고 해내는 편이 맞다고 느낍니다. 일을 잘해서 리더가 되었지만 계속 그렇게 일할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에게는 성장이니 인내니 말하면서도, 실패하면 독박은 회사와 내가 쓴다는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를 최고로 만들어준 것은 제 일에 대한 철저함이었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향한 철저함은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함'을 향해야 빛이 납니다. 업무 전체를 붙잡고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완결의 고객 접점에서 누락된 것이 없는지를 함께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객에게는 더 완벽하고, 구성원에게는 더 자유로운 조직이 될것입니다.
제가 번역한 책 『내일을 쓰는 여자』(마샬 골드스미스, 샐리 헬게슨의 『How Women Rise』)의 '성공을 부르는 12가지 습관' 중 이 대목에 해당하는 것이 습관 7번 '현명한 포기: 진정한 자유는 불완전함에 있다'와 습관 3번 '일 버리기'입니다. 혹시 읽어 보셨나요? 번역을 하게 된 계기도 너무나 제 이야기 같아서 재미있게 했는데, 완벽함을 놓는다는 것은 대충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고객의 접점에서는 완벽하게, 선택의 영역에서는 불완전함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르칠 때는 쉽게 말했지만, 제 책상 앞에서는 가장 어려운 습관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위임이 잘 안 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사람이 못 미더워서인 경우보다 원칙이 없어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알아서 해"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어디까지가 '알아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선을 넘을까 두려운 사람은 다시 물으러 오고, 선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은 과감하게 움직였다가 혼납니다. 두 경우 모두 다음번에는 묻기만 하는 사람이 됩니다. 원칙이 없는 조직에서는 대표의 감과 꼼꼼함이 원칙을 대신하고, 구성원에게는 대표의 기분과 눈치가 원칙이 됩니다.
5. 지금이 하필 '가을 인사, 평가 시즌'인 이유
10월은 한 해의 평가와 내년의 사람 배치를 한꺼번에 고민하는 달입니다. 뉴스를 보니 한화는 10월 1일 임원인사를 지난해보다 약 한 달 앞당겼고, LG는 이달 중순부터 업적보고에 들어갑니다. 삼성은 임원 평가에서 'AX 역량 제고' 배점을 전 임원 공통 20점으로 높였는데, AI 도구를 썼는지보다 업무 절차가 어떻게 바뀌고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본다고 합니다. 평가가 '내가 무엇을 했나'의 행위 위주에서 '일이 굴러가게 만들었나'의 맥락연결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뉴스 보도를 볼 때마다 승진 명단보다 그 뒤의 장면이 궁금합니다. 한화솔루션·한화첨단소재의 신규 임원 10명 중 6명이 1980년대생이라고 전했습니다. 제 경우 일 잘해서 올라온 리더일수록 실무자 시절의 일을 쥔 채 새 직책을 얹기 쉽습니다. 팀장이 되고도 실무를 못 놓는 사람, 팀장처럼 일하는 본부장과 임원도 여전히 현장에서 흔합니다. 그분들은 꼼꼼하고 성실할 뿐,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우선순위 설정 방법을 한번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저도 진작에 승진할 때마다 이렇게 누군가 명확히 생각의 정리를 알려 주었더라면 더 근사한 리더 생활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사의 마지막 질문은 "누구를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올라가는 사람이 무엇을 내려놓고 잘 적응하게 할 것인가"여야 합니다. 승진은 책임의 추가가 아니라 책임의 전환이고, 이 전환에는 기다려주고 충분히 지원해주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품격 있는 조직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평가 면담에서는 "올해 가장 잘한 일"과 함께 "올해 대표나 팀장 없이 스스로 결정해서 해낸 일은 무엇이었나요"를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답이 어려운 구성원에게는 내년에 어떤 과업을 스스로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체적으로 약속해주는 것이 최고의 성장 계획입니다. 이제 완벽함과 꼼꼼함의 패러독스를 좋고 나쁨으로 나누지 말고, 저처럼 여러분만의 스위트 스팟으로 정의해 보셔요. 정답은 없더라고요 저도 내년 캘린더에는 'x'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ㅎㅎㅎ
리더 스스로에게 던지는 실전 체크포인트
1. 제가 꼼꼼히 확인하고 있는 것은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접점입니까, 아니면 담당자가 선택해도 되는 방식입니까?
2. 제가 위임한 일은 사후 보고·사전 공유·공동 결정 중 어느 칸인지, 과업을 맡은 사람과 같은 그림을 보고 있나요?
3. 구성원이 일을 그르쳤을 때 저는 책임을 묻기 전에 먼저 도와주는 사람이었나요? 우리 조직에서는 서로가 직급과 상관없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도 안전한가요?
완벽함과 꼼꼼함은 버릴 것이 아니라 옮길 것입니다.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이 닿는 접점으로, 대신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을은 평가와 인사가 오가는 계절이라 많은 리더가 자리를 옮기고 책임이 바뀝니다. 올해는 "누가 어디로 가는가"만큼 "누가 무엇을 내려놓는가"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쥐고 일하던 완벽주의자였던 저에게 캘린더 옆의 'x'는 아직도 어색합니다. 그래도 그 'x'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올해 제 작은 목표입니다. 제가 빠진 자리에서도 일이 잘 돌아간다면, 그건 제가 덜 필요해서가 아니라 제가 주방 밖에서 더 멀리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늘 좋은 피드백 주시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 하늘 가끔 바라보시면서 이번 한 주도 건강하고 단단하게 보내세요.
정태희 드림
jadechung@rebox.asia
SNS. jadechung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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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s
• Sally Helgesen & Marshall Goldsmith, 『How Women Rise』 / 정태희 번역 『내일을 쓰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