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태희입니다.
추석 연휴 이후 정신없는 한 주이셨죠? 이번 주는 어떤 에피소드를 글로 쓸까 항상 고민하다 보니, 매 순간을 일주일 단위로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찰나로 곱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번 주 컬럼은 채용과 평판에 대하여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참고로 제 개인적인 경우는 채용 공고를 보고 이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다가, 주어진 일을 해내기가 바빴던 현업 시절을 돌아본다면, 애초에 좋은 인재는 채용 공고로 오지 않는다는 경우를 시작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재가 몸담을 직장은 폼나는 곳이 아니라 전쟁터
우선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직장 생활은 동화도 환상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예외 없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일해야 하는 전쟁터입니다. 그리고 일을 잘한다고 승진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일 잘하는 것과 그다음 자리에서 잘 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실무를 잘해서 팀장이 된 사람이 정작 사람 관리에는 서툰 경우를 저는 셀 수 없이 봤습니다. 저도 고성과자로 신나게 달려왔지만, 막상 리더가 되고 나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여전히, 일 잘하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을 마치 상처럼 여겨 떠넘기는 프레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미리 예방하며 성장경험을 할 수 있는 일터가 조금이더라도 낫더라는 거죠.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어려운 초개인의 현시대에, 평생의 대부분을 몸담을 직장 생활을 잘 해낸다는것은 홀로 열심히 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얼마 전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입사 후 실무에 바로 쓸 스킬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들어가기 위한 서류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자소서를 쓰듯 스펙을 쌓고, 또 사전 모의고사를 풉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끝나지 않는 시험 문화인 셈이죠. 구글, 아마존, 메타의 '리트코드' 테스트도 여전하지만, AI가 순식간에 풀어버리면서 작년 빅테크 면접관의 81%가 AI 부정행위를 의심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메타는 AI와 함께 풀고 검증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쪽으로, 구글은 대면 면접을 늘리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채용도 이제 실질적으로 더 뾰족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작하는 직장생활의 첫 관문, 채용의 '결'을 꿰뚫어 보면 조금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상하반기 공채라는 정해진 시즌에, 인적성검사와 학벌·학점·어학점수 같은 스펙을 촘촘히 재는 구조가 남아 있습니다. 반면 제가 몸담았던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은 여전히 상시 채용입니다. 스펙보다 포트폴리오와 실제 프로젝트 경험, 사내 구성원의 추천을 훨씬 비중 있게 봅니다.
준비하는 과목의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진짜 그 일을 잘할 사람'을 가려내기보다 '이 시험을 잘 통과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구조로 흘러간다는 점에서는 비슷해도, 무엇을 더 무겁게 보느냐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입사 준비와 입사 후 실무 사이의 간극은 전 세계 채용 시장이 공통으로 겪는 아이러니입니다. 인재를 뽑아도 성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고성과를 기대받는 구성원은 많은데 정작 조직의 변화는 미미한 이유도 여기 있는 게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시험 준비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문제의 근원일 수 있습니다. 조직이 진짜 인재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갖추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복잡한 시험 제도로 대신 메꾸려 할수록 그 간극은 오히려 더 벌어지지 않을까요.
인재를 유인하는 것 : 제도보다 강한 자석, 성장
이제 우리도 인재를 평가하는 정교한 제도에 집착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인재가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고, 그들의 커리어 성장 맵을 광고해 남다른 보상 유인책으로 잘 정돈해 알리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회사들은 보상 경쟁보다 인재 육성 경쟁에 더 힘을 쏟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내가 여기 들어가면 이렇게 성장하는구나'라고 느끼는 것만큼 강력한 복지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결국 이런 성장 비전을 바라보는 고급 인재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몰려듭니다.
저도 더 크고 더 성장하고 싶어 사내의 국내·해외 포지션을 늘 일하며 꿈꿔왔는데, 늘 현실에서 그 답이 안보일 때 밖의 세상으로 눈을 돌렸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인사관리 업무를 하다 보니 교육 설계가 눈에 들어왔고, 교육 담당을 해보니 리더십이 눈에 들어왔고, 리더십을 담당하니 비즈니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니 다른 나라가 궁금했고, 다른 나라의 인사 담당을 해보니 이윤과 전략 달성을 위한 인수합병과 변화관리를 다루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조직문화와 조직 설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 고도화할까 고민하다 회사를 차렸고, 이제는 한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회사와 리더들의 케이스를 두고 동료들과 다양한 크고 작은 문제 해결에 동참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더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성장이란 가장 값비싼 보상제도 늘 믿습니다.
이런 제 경험 때문인지, 기업이 구성원에게 성장의 기회를 어떻게 설계해주는지를 유독 눈여겨보게 됩니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엔비디아입니다. 반도체 업계 평균 이직률이 16~17%대인데,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2023회계연도 5.3%에서 2025회계연도 2.5%까지 떨어졌습니다. 정교한 평가 제도가 아니라, 개별 성과 면담 대신 그룹 단위 피드백으로 정치적 마찰을 줄이고, 구성원에게 몇 년짜리 프로젝트를 통째로 맡겨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가게 한 결과입니다. 사실 업무 밀도로 치면 세계 1위로 손꼽힐 정도로, 일찍 출근해 밤을 새우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이 과격하고 과업 지향적인 성과 문화에 오히려 열광했을까요. 손에 잡히는 프로젝트 오너십과 눈에 보이는 성장 경로가, 정해진 승진 트랙보다 훨씬 강력한 자석이었던 셈입니다. 결국 이 자석은 제도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의 경험을 이루는 사람과 사람이 매일매일 쌓아가는 것입니다.
최고의 회사는 먼저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 하더라
제가 아는 몇몇 회장님, 대표님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지방에 있던 근무지를 서울 근교로, 외곽에서 강남으로 메인 사무실을 옮기는 결단을 내리기도 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면 순전히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사무실을 옮긴다고 정말 인재가 몰려들까요? 위치는 문턱을 낮춰줄 뿐, 결정적인 이유가 되어주지는 못합니다. 교통이 편리해서 들어온 인재라도, 정작 함께 일하는 동료와 리더에게서 성장의 패배의식을 느낀다면 떠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최근 한 파운더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그 건물에서 일하시는 노령의 주차 담당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 회사 대표님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는 걸 봤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존중과 신뢰의 매듭을 진심으로 엮어온 대표님이었던 거죠. 그러고 보니 제가 아는 또 다른 대표님은 명절마다 꼭 사무실 청소부 아주머니와 화장실 담당, 용역을 준 데스크 안내원에게 구성원과 똑같은 선물을 건네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문화이고, 보이지 않는 존중의 흐름입니다.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존중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정작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팔아야 할 때도 그 진심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결국 우리가 후보자에게 팔아야 하는 것도 사무실 위치가 아니라 '이곳에서 당신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이곳에서 당신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로 대접 받는가를 알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품을 팔 때 고객이 그 가치를 모르면 살 수 없듯, 채용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성장 계획을 후보자에게 명확히 셀링하고 있는지가, 강남이라는 위치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후보자도, 채용하는 우리도 서로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관계가 시작됩니다. 결혼이 두 사람 모두 준비되었을 때 성사되듯 말이죠.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보다 오히려 매출을 더 크게 견인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한창 이 '직원 경험' 바람을 일으켰던 에릭 모슬리는, 환경·기술·문화 세 영역에서 구성원이 느끼는 긍정적 경험이야말로 이직률과 생산성, 몰입도라는 성과 지표로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에게 잘하는 것과 사업에서 잘하는 것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의 경우도 구성원이 매일 부정적 경험을 하는데, 정작 그들이 고객에게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주장하고 컨설팅한다면 무슨 이야기하겠는가 생각하니 항상 조심스럽고 매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저부터 "우리의 경험을 컨설팅한다"고 선포하고,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소통 방식, 회의 방식, 도움 요청하는 방식 그대로를 가르치자는 의도로 의식하며 일상을 연습 반복합니다. 구성원의 평판이 그들의 몸값이고, 저의 자산이기에, 이 귀한 인재들이 매일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중 가장 큰 방해물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저의 꼰대 마인드일 뿐, 결국 저만 잘하면 나머지는 잘 돌아가더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귀가 아플정도로 따갑고 기분 나쁜 피드백들은 보이지 않지만, 감기약처럼 당장은 쓰지만 결국 흔치 않은 명약이 되더라고요. 이러한 경험설계가 제도설계보다 중요했고 그 노하우가 컨설팅 밑거름이 되고 9년간 잘 이끌어 올 수 있었던 큰 노하우가 된 것 같습니다.
보이는 것에 투자하는 건 사실 쉽습니다. 임금 인상, 화려한 복지, 유연한 출퇴근. 다 좋습니다. 그런데 강력한 복지는 보이는 것에 투자하기 전에, 보이지 않는 것에 먼저 투자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다시 말해 그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문화입니다. 우리가 일하고 성장한다는 경험의 숨결, 보이지 않는 리더가 먼저 쏴주는 신뢰의 주파수,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도움 요청의 선순환. 이런 것은 제도나 물리적인 무언가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구성원이 이런 공기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느낄 때, 스스로 그 회사 이야기를 친인척과 친구들에게 입소문 냅니다. 이만큼 강력하고 숨은 보석 같은 채용 채널은 없습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복지는 경쟁사가 그대로 베낄 수 있지만, 이 공기만큼은 절대 베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작은 화사를 이끌며 독보적인 문화가 곧 자산이라 생각하기에 늘 이 부분을 고민하지만 너무나 다른 구성원들에게 한 가지 방식을 강요하기가 힘들어 지칠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문화가 가장 큰 복지라는 믿음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인재를 원한다면, 그 인재에 걸맞은 문화를 먼저 제시해야 합니다. 결국 내가 최근에 만나는 사람이 곧 나의 능력수준이고, 그 회사의 수준은 그 회사의 인재 밀도와 정확히 같습니다.
평판은 억울한 현실이자, 최대의 복지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다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평판과 이미지입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일 잘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억울하게도 누군가는 실제 과업 능력과 무관하게, 첫인상이나 말투, 혹은 몇 번의 우연한 장면만으로 조직 안에서 이미지가 굳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놀랍도록 오래갑니다.
우리나라에는 "관상이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우스갯소리에 가깝지만, 그 안에는 씁쓸한 진실이 섞여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얼굴과 인상, 말투 몇 마디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다 안다는 듯 확신해버리는 습관이 있다는 뜻입니다. 저도 저를 보는 첫 이미지가 영어로 대화할 때, 글을 쓸 때, 강연할 때, 일을 할 때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러누"이미지샷"은 실제로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사실 근거도 없는데도, 마치 검증된 사실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됩니다. 저는 이 말이, 조직 안에서 평판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 말이 순전히 근거 없는 미신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표정도 결국 인격입니다.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그 환경에 대응해온 방식이, 시간이 지나면 얼굴 위에 고스란히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늘 긴장해온 사람의 눈빛은 어딘가 불안하고, 쫓기듯 살아온 사람의 호흡은 자연히 가팔라집니다. 방어적으로 살아온 사람의 언어는 날카롭고, 여유 있게 살아온 사람의 톤은 느긋합니다. 결국 표정과 눈빛, 호흡의 리듬, 말투와 톤매너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누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인격을 갈음해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이 원리가 더 선명해집니다. 모창 능력자들의 노래만 듣고 있을 땐 누가 진짜 원곡 가수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감쪽같습니다. 그런데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의 표정과 몸짓, 호흡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면, 정작 마지막에 진짜 가수의 얼굴이 공개되는 순간 크게 놀랍지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문세의 모창 능력자나, 쿨의 이재훈 씨의 모창 능력자를 보면 노래 스타일뿐 아니라 풍기는 인상까지도 실제 가수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이미 태도 어딘가에 묻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이 관상을 '증거'로 삼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단서들은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의 흔적일 뿐, 지금 그 사람의 실력이나 미래의 가능성까지 증명해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이 편견으로 인해 여러 번 화가 났습니다. 정작 묵묵히 결과를 내는 사람보다, 자신을 포장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 더 좋은 평판을 얻는 장면을 숱하게 봤습니다. 거꾸로 내면은 단단하지만 목소리가 크고 외향적인 성향이 경망스럽거나 품격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좋은 리더십이 깎여서 평가되는 이들도 보았습니다. 이건 분명 사람들의 편견이고,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억울해도, 이것이 조직의 현실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관상이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의 단서는 될 수 있어도 앞으로의 실력을 증명해주지는 못하듯, 평판 역시 과업 능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평판은 그 사람에게 어떤 기회가 오고 오지 않을지를 실질적으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업은 실력으로 증명하되, 평판은 별개로 신중히 관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이라는 것을요. 억울하다고 이 현실을 외면하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묵묵히 일만 하던 그 사람입니다. 리더라면 이 간극을 알아채고, 실제로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조직 안에서 제대로 전해지도록 의도적으로 다리를 놓아줘야 합니다. 잘못된 유격은 먼저 집아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할수록 적어도 관계 관리에서만큼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안전히 조직역동성을 가져가려면 인성·적성검사 같은 것을 적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표정과 눈빛,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나의 눈이, 실은 얼마나 관상 수준의 편견에 기대고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리더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 역량입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역량과 사람을 보는 역량, 이것은 서로 다릅니다. 전자는 도구와 기준으로 훈련할 수 있지만, 후자는 나의 편견을 계속 의심하는 습관에서만 자랍니다.
평판이 이렇게 억울하고 불완전한 것이라면, 차라리 이걸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조직의 지표로 끌어올리는 게 낫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최고 인재는 결국 훌륭한 인재가 추천한 인재였습니다. 가끔 진짜 인재가 들끓게 하려면 어떻게 하냐라고 대표님들이 물으시면 고객에게 "이 제품을 지인과 가족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지표가 NPS(순추천지수, Net Promoter Score)이듯, "당신은 우리 회사를 지인이나 가족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바로 eNPS(직원 순추천지수, Employee Net Promoter Score)를 추적하고 관리하시라고 말합니다. 이만큼 강력한 회사 평판 지표도 없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구성원들에게 "당신의 상사를 지인이나 가족에게 함께 일할 만한, 존경하는 훌륭한 리더로 추천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떨까요. 그 결과에 리더로서 자신 있으신가요? 저는 여전히 자신이 없고 그 결과를 보기가 두렵습니다. 사람에게 제일 힘든 일 중 하나가 냉정한 현재 수준 인식입니다. 그런데 나든, 회사든, 우리 팀이든 그 수준을 스스로 먼저 아는 것이, 뒤통수를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억울한 평판에 화만 내고 있기보다, eNPS 같은 도구로 그 평판의 실체를 직접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시급한 복지입니다.
인재집착, 나는 매일 헤드헌터다
이와같이 불완전한 저 자신의 리더로서의 모습을 메꾸려면, 저보다 더 멋진 인재들이 제 주변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말, 다들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이 곧 저의 탤런트 뱅크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에브리데이 헤드헌터'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기록하고 기억해 반드시 영입하려 했습니다. 승률로 치면 제가 봐왔던 모습과 실제가 일치하는 경우는 반반이고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갑작스레 비싼 헤드헌터 값을 치르며 남들의 카더라 통신을 믿는 것보다는 낫더라고요. 그리고 일단 인재다 싶고, 정말 인재로 증명이 되면 그 사람이 절대 퇴사하지 않도록 정말 정성을 다합니다. 인재에 대한 이 집착은, 설령 그 사람이 퇴사하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만들 정도의 정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영원한 직장은 없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인재를 구하려 할 때, 채용 공고를 내는 그 순간은 이미 늦은 겁니다. 진짜 채용은 그 공고가 나가기 훨씬 전부터, 일상 속에서 이미 시작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진짜 인재에 대한 열정이 있는 리더라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떠나는 인재를 그냥 놓치지 않습니다. 그만큼의 열정으로 사전·사후 관리를 다하는 것, 그리고 그와 비슷한 인재를 안팎으로 눈여겨보고 투자하는 것, 그것이 비용절감이고 그것이 리더의 직무입니다.
써보지도 않은 채 돈을 들여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샤넬 백을, 루이비통 지갑을, 포르쉐를 사는 사람들 중에 매일 그 실용적 기능을 알뜰히 다 써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우리가 값을 치르는 건 소재나 기능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오랜 세월 쌓아온 평판 그 자체입니다. 써보지 않아도, 그 이름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지갑을 엽니다. 이것이 마케팅의 아주 오래된 원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독 회사의 평판과 나 자신의 평판에는 이 원리를 잘 적용하지 않습니다. 샤넬이 수십 년을 공들여 쌓아온 그 브랜드값처럼, 우리 회사의 평판도 나의 평판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인재가 들끓수 있는 우리 회사평판 관리와 인재가 일하고 싶은 리더, 나 자신의 평판 관리는 대체 몇 번째 자리에 놓여 있나요?
마무리를 하자면 제 경험상 평판은 억울할 만큼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 현실을 정직하게 마주 보는 것. 저는 그것이 리더가 조직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라고 믿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가장 크게 성장했던 순간은, 모든 게 순조로웠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심장이 떨릴 만큼 처절하게 저의 리더십 평판과, 그 밑에 숨어 있던 제 취약함을 마주해야 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부끄러운 민낯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난 뒤부터, 오히려 진짜 제 몸값은 하염없이 빠르게 뛰어올랐습니다.
이번 주도 연휴가 많습니다. 쉬어가는 그 틈에, 나와 우리 조직의 진짜 평판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몰입이 결국 우리 모두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이번 한 주도, 화이팅입니다!
정태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