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태희입니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회의를 했는데, 끝나고 보니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주 항저우에서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배웠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우리는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칸'에서 말하고 있어서 엇갈렸다는 것입니다.
저는 해마다 글로벌 컨퍼런스에 갑니다. 스스로 학생이 되어 세계 트렌드를 다시 익히고, 퍼실리테이션과 교수법도 새로 배웁니다. 올해는 중국 항저우로 정했고, 이 글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잊을까 봐 정리도 할 겸 항저우 호텔방에서 직접 나누는 글입니다. 저는 뭔가를 배우면 꼭 다시 그려 보고 글로 써서, 스스로 내가 이 강사라면 어떻게 구현할까 되짚어 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말은 최대한 풀어서, 처음 들으시는 분도 함께 따라오실 수 있게 쓰겠습니다. 내년 리박스 소통 워크샵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항저우에서 먼저 본 것
세션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글로벌 각국에서 저처럼 온 분들이 많았지만, 특히 중국 참가자들은 남달리 눈빛이 초롱초롱했습니다. 그들의 질문하는 손은 빨랐고, 참여하는 열정은 너무나 뜨거웠습니다. 중국 참가자들의 의지는 남달랐고 다들 아주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까지 들었습니다. 우리가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그 열정에 비해 내가 준비가 부족하다는 마음이 뒤섞인 감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대만 싱가폴에서 날라온 글로벌 옛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참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반가움 덕에 두려움도 금세 감사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잠시 들른 항저우의 서호(West Lake)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올드하고 거대한 자연 풍경의 웅장함과 최첨단 기술이 한 도시 안에서 어색하지 않게 아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중국스러운 웅장함'과 기술의 이종결합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녁 무렵 고즈넉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채 다양한 빛이 어우러진 풍경, 편리한 택시 호출과 결제 방식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하다못해 택시를 DD앱으로 부르면 신호등 대기가 몇 초 남았는지까지 볼 수 있었으니까요.
유저입장의 지나친 디테일로 감동까지 연결짓는 모습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중국스럽다'라는 말의 뜻은 제게는 이종결합의 끝판왕이 바로 '중국스럽다'라고 정의합니다.
그렇게 학생의 자리에 앉은 이번 한 주 동안 제가 가장 귀한 보따리로 챙겨 온 세션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Caitlin Walker와 Marian Way가 진행한 'Make Every Contribution Count with Quadributions'입니다. 오늘은 이 세션이 가르쳐 준 모델 하나를 쉽게 풀어 보려고 합니다.
회의는 왜 제자리를 맴돌까요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을 가만히 들어 보면, 사람들이 대개 비슷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회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이 안 되는지'만 이야기합니다. 어떤 회의는 반대로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하다가, 현실을 만나는 순간 분위기가 식습니다. 두 회의 모두 열심히 이야기했는데, 결과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세션에서 배운 쿼드리뷰션(Quadributions)은 바로 이 문제를 푸는 대화모델입니다. 이름은 처음에 어렵고 낯설지만 풀면 간단합니다. 사분면을 뜻하는 쿼드런트(quadrant)와 기여를 뜻하는 컨트리뷰션(contribution)을 합친 말입니다.
풀어 쓰면 '회의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네 가지 기여로 나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모델은 Clean 대화법을 이끄는 Caitlin Walker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듬은 모델로 소개되었고, 그분의 강연을 직접 들었습니다. 간만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세계적인 석학과 마주하니 스스로 뿌듯하더군요. Clean대화법은 말 그대로 청자의 어떤 판단, 왜곡. 의지없이 화자의 대화를 있는 그대로 아주 깨끗하게 이해하는 기법입니다.
쿼드리뷰션이 뭔가요? 네 칸(사분면)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모델은 캐이틀린 박사의 스승인 Walker가 개발한 것으로 사분면 네 칸의 이름은 이렇습니다. 문제(Problems), 자원(Resources), 원하지 않는 결과(Undesired Outcomes), 원하는 결과(Desired Outcomes)입니다.
혹시라도 어려운 의미일 거라 생각하실 수 있어서, 우리 팀이 AI 도구를 도입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칸은 문제의 칸입니다. 지금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없어서 새 도구를 배울 틈이 없어요" 같은 말입니다. Clean대화법은 이것을 불평이 아니라 ' 맥락의 흐름 즉 시스템에 대한 유용한 정보'로서 대화에 기여(contribution)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한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우리 팀이 일하는 방식과 관계, 규칙이 함께 만들어 낸 전체 구조 등을 뜻합니다. 누군가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게으른 게 아니라, 이 구조의 어디가 막혀 있는지를 알려 주는 신호로서 기여한다는 거죠.
두 번째 칸은 자원의 사분면입니다. 지금 이미 우리에게 있는 것,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옆 팀이 만든 프롬프트 모음이 있어요", "점심 뒤 15분은 비어 있어요" 같은 말들이 그냥 넘겨질 수 있는 말이지만 상당한 자원이되는 기여를 한다는 것니다. 자원은 일부러 묻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사분면을 꼭 기억하라는 거죠. 모든 말에는 해결이 아닌 그 상태 그대로 나름 기여를 한다는 생각 구조이죠.
세 번째 칸은 원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앞으로 일어나면 곤란한 일입니다. "도입해 놓고 아무도 안 쓰게 되는 것"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를 말하면,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가 분명해져 큰 기여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칸이 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할 때 이런 구조화 기법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네 번째 칸은 원하는 결과입니다. 도달하고 싶은 모습입니다. "한 달 뒤에 팀원 모두가 일주일에 한 시간을 아끼고 있는 것" 같은 말입니다. 환상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에 대한 기여로 해석되는 대화입니다.
이 모델이 강력한 이유
이 네 칸의 사분면이 실제 회의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가 이해한 것으로 쉽게 더 풀어보면 AI 도입 회의에서 한 팀원이 말합니다. "솔직히 시간이 없어서 못 쓰겠어요. 교육도 부족하고요." 지금까지 우리의 반응은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하고 밀어붙이거나, "그렇죠, 힘드시죠" 하고 같이 가라앉거나요. 어느 쪽이든 회의는 '문제' 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합니다.
쿼드리뷰션은 다르게 시작합니다. 먼저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문제를 불평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저 유용한 '정보'로 받습니다. 대신에 "시간이 없다는 건 어떤 시간이 없다는 건가요?" 하고 상대의 단어 그대로 한 번 더 묻습니다. 그런 다음 칸을 하나 옮겨 봅니다. "그런데 이미 이 일에 쓸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하고 자원 칸으로 옮기면, 보이지 않던 것이 나옵니다. 지난달 옆 팀이 만든 프롬프트 모음이 있고, 점심 뒤 15분은 비어 있으며, 누군가는 이미 혼자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어서 세 번째 칸으로 가서 "이걸 안 하면 어떤 일이 생기면 곤란할까요?"를 묻고, 마지막으로 "그래서 한 달 뒤에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하고 네 번째 칸을 묻습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회의에서, 10분 만에 불만을 말하던 사람에서 방향을 말하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이 모델의 힘이라고 저는 봅니다. 문제를 말해도 부정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니 사람들이 솔직해지고, 보이지 않던 자원이 드러나며, 문제를 잘 보는 사람과 목표를 잘 그리는 사람이 충돌하지 않고 둘 다 쓸모 있어집니다. 팀이 익숙해지면 리더가 말하지 않아도 "지금 우리가 문제 칸에만 있네요" 하고 스스로 칸을 옮깁니다. 리더가 답을 주지 않아도 팀이 길을 찾는 순간입니다. 리박스의 소통 대화 워크샵에 적용할 수 있을것 같아 기뻣습니다.
"의견이 다름이 아니라 칸이 다름"이 시작점 입니다.
글을 쓰며 깨닫는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앞의 회의에서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에 "그래도 해야 합니다"라고 답한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한 사람은 '문제' 칸에서 말했고, 다른 사람은 '원하는 결과' 칸에서 답한 겁니다. 같은 회의, 같은 주제인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칸에 서 있었던 거죠.
우리는 이런 상황을 흔히 '의견 충돌'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의견이 다른 게 아니라 칸이 달랐던 게 아닐까요? 문제를 말하는 사람에게 목표로 답하면, 그 사람은 '내 말이 안 들렸구나' 하고 느낍니다. 반대로 목표를 말하는 사람에게 문제로 답하면, 그 사람은 '또 찬물을 끼얹네' 하고 느낍니다. 둘 다 틀리지 않았는데 서로 엇갈립니다.
회의에서 우리는 사람을 탓하기 쉽습니다. 왜 저렇게 부정적일까, 왜 저렇게 현실감이 없을까. 이 모델은 질문을 바꿉니다. '이 사람은 지금 어느 칸에서 말하고 있을까?' 그 칸에서 먼저 만나면 됩니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회의실의 공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세션에서 제가 가장 크게 얻은 지혜입니다.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칸이 달라서 엇갈립니다.
이 모델의 바탕에는 '클린 대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칸을 옮겨 가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쿼드리뷰션이 힘을 내는 데에는 바탕이 있습니다. 바로 클린 대화(Clean Language)입니다. 클린대화 기법은 뉴질랜드 출신의 심리치료사 데이비드 그로브(David Grove)가 1980년대 초에 이름 붙인 방식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한 줄로 말하면 '내 해석을 섞지 않고 상대의 말 그대로 묻는 방법', 쉽게 말해 일명 '거울 기법'입니다. 하루 종일 실습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연습하다 보니 깨달음의 점점 전기가 오르더라고요 ㅎㅎ.
그렇다면 이것은 코칭, 상담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아래는 학계의 정의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방식, 즉 실무자의 구분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둡니다. 이번에도 장면 하나를 놓고 보겠습니다. 한 팀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AI가 들어오고 나서 제 일이 불안해요."
상담은 이 불안이 어디서 왔는지, 지금 마음이 어떤지를 돌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마음의 회복이 중심이고, 때로는 과거의 경험까지 다룹니다. 전문 자격과 윤리가 필요한 영역이어서 리더가 흉내 낼 일이 아닙니다.
코칭은 불안에서 목표로 방향을 틉니다. "그러면 6개월 뒤에 어떤 모습이길 원하세요? 지금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뭘까요?" 미래와 행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좋은 코칭에도 코치의 틀, 곧 목표를 세운다는 틀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클린 대화는 한 걸음 더 뒤에서 출발합니다. "그 불안은 어떤 불안인가요? 그 불안이 있을 때, 그것은 어디에 있나요?" 방향을 정하지도 해석을 얹지도 않고, 상대가 자기 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구분하자면 상담과 코칭은 '무엇을 다루는가'의 영역이고, 클린 대화는 '어떻게 묻는가'의 방식입니다. 그래서 클린 대화는 상담이나 코칭 안에서도, 회의나 1:1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쿼드리뷰션은 이 클린 대화의 원칙을 회의라는 집단 안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먼저 상대의 말이 네 칸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차리고, 일단 받아들인 뒤, 다른 칸으로 이어 갑니다. 즉흥극에서 쓰는 '받아들이고 이어 가기(accept and extend)'와 같은 생각이죠.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받아 본 가장 클린한 순간이 떠오릅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에 다니던 시절, 미국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 쉐론 조던을 만났을 때입니다. 여성이자 어린 리더로서 일이 너무 힘든 나머지, 최고의 상사를 만나니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은 "왜 그래요? 뭐가 힘든지 말해 봐요"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상한 표정으로 저를 15분 정도 바라봐 주었습니다. 그 정적은 제게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답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 깊은 곳에 함께 머물며 제가 진정될 때까지 온화한 얼굴로 지켜봐 주신 거였습니다. 말 한마디 얹지 않았던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클린한 질문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제게 필요한 질문이었으니까요.
이 장면을 쿼드리뷰션의 언어로 다시 읽어 보면 이렇습니다. 그분은 제 '문제' 칸을 고치려 하지 않고, 해결책을 주지도 않고, 목표를 묻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 주셨습니다. 받아들여진 문제는 사람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길을 알려 줘서가 아니라, 내 말과 감정을 온전히 들어 주었다는 경험이 사람을 스슬7다음 대화 칸으로 걸어가게 하는 것 같은거죠.
그래서, 이 모델이 주는 시사점!!!
세션에서 배운 것을 리더의 일로 옮기면 네 가지가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리더의 일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빠진 칸'을 찾는 것입니다. 회의가 막혔을 때 우리는 보통 더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이 모델은 다른 질문을 권합니다. 지금 이 회의에 빠진 칸은 어디인가. 문제만 가득하면 가용 자원을 묻고, 목표만 가득하면 원하지 않는 결과를 묻습니다. 이 질문은 리더가 정답을 몰라도 던질 수 있습니다.
둘째, 반대 의견이 자원이 됩니다. 문제를 말하는 사람은 팀의 걸림돌이 아니라, 시스템이 어디서 막히는지 알려 주는 사람입니다. 두려운 마음을 없애려고 애쓰는 대신, 인식만 바꿔도 반대 의견이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바뀌는 거죠. '이번 분기엔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저항으로 받으면 설득해야 할 사람이 되지만, 그대로 받아 되물으면 그 사람은 가장 구체적인 위험 목록을 건네는 사람이 됩니다. 이 시선 하나만 바꿔도 회의에서 솔직한 말이 늘어납니다.
셋째, AI 시대일수록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묻는 '슬로우 씽킹'이 경쟁력입니다. 요즘 일하는 속도는 마치 게임에서 치트키를 쓴 것 같습니다. 보고서는 몇 초 만에 나오고, 답은 질문하는 즉시 돌아옵니다. 그런데 답이 너무 빨리 오니, 사람이 스스로 답에 도착하는 과정이 사라질 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시대에 리더의 소통은 '더 빨리 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깨닫는 속도에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저는 슬로우 씽킹, 슬로우 코칭, 슬로우 마인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세 이름은 제가 강연을 하면서 줄곧 사용해 온 표현이고, 학계 용어는 아닙니다. 슬로우 씽킹은 제가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대니얼 카너먼의 2011년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이 사고를 빠른 방식과 느린 방식으로 나눈 데서 빌렸습니다. 슬로우 씽킹이란 답을 서두르지 않고 질문의 방향을 확인하는 생각이고, 슬로우 코칭이란 상대가 스스로 깨닫는 속도에 맞추는 대화이며, 슬로우 마인드는 내가 먼저 결론 내리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이 모든 것은 슈퍼리더십(SuperLeadership)과 맞닿아 있습니다. 찰스 만즈와 헨리 심스가 말한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이끌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십'입니다. 교육 내내 이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슈퍼리더십이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라면, 쿼드리뷰션과 클린 대화는 '어떻게 거기에 닿을 것인가'에 해당한다는 것이 제 해석입니다. 2026년 포춘 1월호 트렌드 분석에서도 언급했던 이 주제는 다음 컬럼에서 언젠가 따로 풀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자꾸 뭔가를 건드리고, 만지고, 뒤틀어서 해결하려고 하는 우리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문제를 그대로 멈춰 서서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것이 이 시대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문제를 서둘러 없애려 하지 않고, 먼저 있는 그대로 보고 답을 서둘러 건네지 말고, 사람들이 자기 안에서 답을 꺼내게 하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월요일인 오늘부터 시도해볼 세 가지
배운 것은 쓰지 않으면 금방 잊힙니다. 저는 학습자인 리더분들께 늘 이렇게 부탁드려 왔는데 이번에는 저도 똑같이, 스스로에게 작은 행동 세 가지를 거창한 계획 대신 가볍게 다짐합니다.
첫째, 질문 하나를 던지고 기다립니다. 상대가 답하기 전에 제가 먼저 말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숨을 한 번 쉬고 기다려 봅니다. AI가 몇 초 만에 답을 주는 시대에, 이 몇 초의 침묵은 사람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입니다.
둘째, 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네 칸 중 어느 칸에 있는지 한 번 짚어 봅니다. "우리가 지금 문제 이야기를 오래 했네요. 이미 있는 우리의 자원은 뭘까요?"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셋째, 상대의 단어를 그대로 되묻습니다. "힘들다"고 하면 "어떤 힘듦인가요?" 하고 물어보려 합니다. 내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는 순간, 이 대화는 상대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 되어 버리니까요.
AI가 급가속할수록 리더의 일은 더 빠르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빠진 칸을 찾아 천천히 물어서 사람들이 자기 안의 답을 스스로 꺼내게 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러한 질문 기법을 더 공부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회의를 시작할 때 오늘 소개해 드린 쿼드리뷰션, 네 칸을 그려 두고 먼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셔요. 그리고 이번 주 회의에서 한 번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사람은 어느 칸에서 말하고 있을까요?
자세한 소통법에 대하여 저와 만나시면 더 많은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번 주도 리박싱(re-BOXing) 하셔요. 클린 대화, 화이팅!
정태희 드림
jadechung@rebox.asia
SNS. jadechunghr
Sources
• Clean Learning, "The Quadributions Model: A Simple Tool That Took 25 Years to Figur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