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태희입니다.
경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 '채용'이라고 답합니다. 최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고객께서, "정 대표는 참 사람 복이 많아요. 어쩜 그리 뾰족하게 일 잘하는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져 있느냐"고 물으시길래, 조심스레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오랜 시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람 보는 눈이 정말 없거든요.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저의 시행착오를 이번 주 주제로 써봅니다.
레이더와 레이저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 중, 회사가 더 좋아하는 직원은 누구일까요?" 한 강당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답은 하나였습니다. 성별이 아니라 '일 잘하는 직원'. 다만 열 가지 중 하나를 끝까지 파고드는 레이저형과, 열 가지를 조금씩 다 챙기는 레이더형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둘을 같은 잣대로 평가할 때 생깁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직원'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제가 몸담았던 빅테크 기업의 기준이 일반 기업에도 그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어떤 기준으로 정의 할까요? 우리 조직이 올해 세운 전략과, 그 달성을 위한 필요 스킬,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정의는 스스로 내리는 것입니다. 그 기준에 맞는 인재가 필요한 거죠. 이러한 숙고의 단계와 우리만의 정의가 없다면, 그저 높은 직급자의 취향에 맞는 인물이 통과되고 줄서기가 생기게 됩니다.
예전에 저는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했는데, 깐깐하게 따지면 피곤해서 탈락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쓴말보다 달콤한 이야기를 좋은 태도라 착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승진하도록 애썼던 수고에 비해 표현하지 않는 구성원에게는 서운해하며 인성이 모자라다 치부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사고방식과 렌즈로 조직을 판단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요지는 올해의 전략과 원칙이 명확했어야 했는데, 조직 기준이 아닌 개인 기준으로 리더 역할을 한 거죠. 전략 따로, 채용 따로, 관계 따로 존재한거지요. 이게 정치적 줄서기 문화의 온상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말은, 사실 개인의 감에 의한 운영을 잘하는 것이지 원칙에 의한 경영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채용이 힘든 이유는 결국 리더의 개입인데 이 '개인적 운영' 때문에 멋진 회사임에도 스멀스멀 뽑기도 힘들고, 뽑아도 떠나버리는 부정적 빌런이 커가는거죠. 고급 인재는 좋은 회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좋은 회사란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 아래 '내 일', '내 성장', 의미 있는 기여가 보이는 곳입니다. 인재가 떠나는 것은 친절하지 않고, 서로 맞지않고, 내 뜻을 저항한 것이 아니라 회사와 리더가 그 지향점을 구성원에게 명확히 그려주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몰입이라 부릅니다.
제가 만난 대표님들은 회사 평점에 민감합니다. 평점 테러를 보면 안타깝지만, 다수 중 한 사람이 소외당했다는 분노의 표출이라 여겨집니다. 리더는 모두를 위해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지만, 이 용기가 가치를 가지려면 함께 합의된 건강한 원칙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원칙없이 진행되는 재앙이 또 평가인데요. 우리나라는 절대평가를 많이 실시합니다. 명확한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성공하는 제도인데, 대부분 몰아주기 평가를 하고, 중간 리더가 공정하게 낸 평가를 윗선이 다 바꿔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대표님은 중간 리더가 낸 승진자 명단을 발표시키고, 그중 맘에 드는 사람을 직접 찍어 승진시킨다고 합니다.
최근 한 대표님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모든 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제 경험상 절대 불가능합니다. 저도 그런 인기몰이를 해본 적이 있는데, '나만은 안 들키겠지'라는 가짜 평화 속에 결국 관계가 어그러지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일은 잘하는데 인성이 부족한 사람은, 일은 아쉬워도 인성 좋은 사람보다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표님을 좋아하게 만들지 말고, 대표님의 철학을 좋아하게 만드세요."라고요.
인재에 대한 집요함
리더에게는 인재에 대한 집요함이 있어야 합니다. 인재를 아끼지 말고 투자하면 그 이상의 성과로 돌아옵니다. 다만 그 기준에 못 미치는 구성원이 공공의 적이 되는 부작용도 생깁니다. 그래서 리더의 생각을 알리는 데 그치지 말고, 사람들의 수용과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멈추는 지혜도 중요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며 새로운 인재가 영입되면, 기성 세력은 위협을 느낍니다. 이럴 때 리더는 오히려 기성세대를 평소보다 더 존중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사람이 익숙한 안정감에서 탈출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결국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균형이 중요하더라고요. 이런 균형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멋진 중간 사수들이 들끓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 앞에서 '도와줄 거라는 확신'을 주는 다리 역할, 이것이 잠재 인재 채용을 위한 가장 강력한 입소문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준은 서로가 느낀 존중 경험의 전파였습니다.
저성과자 이슈를 다룰 때도 가장 큰 빌런은 중간 사수 또는 리더들의 습관입니다. 저도 일을 너무나 잘 하는 기존 구성원과 새 구성원 사이에 마찰이 있길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기존 구성원 쪽으로 편향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새로 입사한 구성원은 존중받지 못했다 느꼈고 결국 떠났습니다. 사실 그는 저성과 이슈가 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저는 우리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버린 거죠. 필 잭슨 감독은 사람을 대할 때 그가 얼마나 특별한지 느끼게 해주는 것이 본분이라 믿었다고 합니다. 제가 그 마음을 먼저 전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 그 이후 저는 저의 말 한마디로 유능함을 무능함으로 몰아간 건 아닌지, 이 질문을 다섯 번은 던져봅니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자만심
저는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도 제가 하나밖에 못 본다며 "깨진 형광등"이란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잘 속고 사람들을 빠르게 좋아합니다. 이 취약성을 알기에 채용 전 사실 검증과 패널 토의를 좋아합니다. 아마존의 '바 레이저(Bar Raiser)' 같은 기능이죠. 제가 첫눈에 반한 후보자를 동료가 정반대로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제는 그 시선차가 저의 가장 소중한 안전장치라는 걸 압니다.
지금 조직도 8년 차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고성과를 지향하는 촘촘한 조직이라, 리팸 전원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입사가 확정됩니다. 저와 일하는 게 아니라 동료간 더 많이 일하니까요. 게다가 가장 큰 관문은 3개월 수습입니다. 동거를 해봤지만 진짜 함께 살겠냐는 거죠. 수습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능력 없는 사람인 건 아닙니다. 회사가 먼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정말 적성과 어긋난다면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그 다름을 축복하고 응원해줘야 합니다.
일 잘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장 인상 깊은 구성원이 생각납니다. 컨설팅 업무가 안 맞아 늘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였는데, 그럼에도 정말 기똥차게 일을 잘했습니다. 그런데 무에서 유를 만드는 분석 업무와의 괴리감은 점점 커졌고, 성장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지냈습니다. 8개월간 미래를 함께 고민했고, 결국 "성장하지 못하면 떠나라"는 원칙을 현실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지금 최연소 영업팀장으로 잘나가고 있습니다. 진짜 좋은 채용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일하든지 인재를 성장시킬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완성이 되더라고요.
혈류가 끊기면 아무리 좋은 장기도 죽는다
입사가 만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저의 최고급 인재를 놓칠 뻔한 경험도 있습니다. 초기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업무성과가 저조해서 잘못 채용했구나라고 판단하고 조용한 이별을 고민했었는데 그는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해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그의 단호한 각오와 말의 무게를 믿고 지켜 보기로 했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놀랍게 성장했고 그 말이 진짜였습니다.
경력직일수록 입사 후 90일이 진짜 고비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장기를 이식해도 혈류가 없으면 몸은 거부합니다. 기존 장기가 새 장기를 거부하는 건 당연한 순리입니다. 그래서 채용 자체보다 이 90일의 어두운 동굴을 통과시키는 세심한 케어가 훨씬 중요합니다. 마이클 왓킨스의 『The First 90 Days』도 이 기간을 다룹니다. 체계적 온보딩을 경험한 구성원은 3년 후 잔류 확률이 58% 높았고, 매니저가 개입한 신입은 온보딩 성공 평가가 3.4배 높았습니다. 반면 관리자의 28.8%는 신입에게 아무 가이드도 주지 않았습니다.
리더의 잘못된 말한마디로 90일간의 여정 속에 누군가는 유능해질 수도 무능해 질 수도 있더라고요.
스펙과의 작별이 답인가? 그리고 몇 가지 함정
스펙만으로 판단하면 종이 위 숫자를 보는 것입니다. 저도 '대기업 출신', '명문대 출신' 편견의 실행자였습니다. 스펙은 일 잘하는 것과 큰 연관이 없다는 게 결론입니다. 다만 최고 학벌은 최소한의 성실함의 신호일 수는 있으니, 상대적 신호로 이뤄냈던 과거와 적응해야할 미래 가능성의 양방향을 고려하는 게 최적입니다. 레퍼런스 체크의 카더라 통신 때문에 실력자를 놓친 적도 많습니다.
가족 채용이나 대기업 등 큰 조직 출신 채용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경영에 가족 개입은 초기 사업엔 믿을 파트너가 필요해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게 입사한 가족은 예외 없이 누구보다 더 일을 잘하고 누구보다 더 성실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대기업 같은 큰 조직 출신 간부는 대개 "전 직장에서는요"를 습관적으로 꺼내며 외로운 전쟁을 시작합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만든 덫에 갇혀 기존 구성원들과 융화되기 어려운거죠. 리더가 해고에 신중해야 하듯, 구성원도 판단하지 말고 스스로 어느 지점이 병목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더라고요, 다시말해 사표를 아무 때나 던져서도 안 됩니다.
채용은 결혼서약처럼 쌍방 간의 문제이고 조직은 장기이식처럼 적응의 여정을 지지해주어야 하며, 새로운 구성원은 감정이 아닌 의지와 맥락을 연결하는 에너지 소진이 어느때보다 필요합니다.
서로가 '감정 운영'이 아닌 '원칙 경영'을 기억해서 내 판단, 내취향, 내 생각이 아닌 우리조직의 돌아가는 판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리박스컨설팅의 틀을 깨는 인사 컨설팅 시사점
그래서 저는 유독 컨설팅 과제 중 조직진단에서 채용을 들여다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리더가 스스로의 편견을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가를 찾아냅니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확신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편견입니다. 패널 토의, 만장일치제, 충분히 긴 수습 기간이 이 편견을 보완하는 장치입니다. 여러분은 보이는 채용만 하시나요, 보이지 않는 채용까지 하시나요. 모든 게임의 진짜 시작은 90일 뒤부터더라고요.
리더 스스로에게 던지는 실전 체크포인트
- 나는 나만의 취향과 프레임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 나는 채용 결정에서 나를 견제해줄 동료의 시선을 충분히 구하고 있는가?
- 입사 후 90일, 나는 이 사람에게 관계와 정보라는 '혈류'를 충분히 공급하고 있는가?
한 줄 요약: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자만심이 가장 위험한 편견입니다. 신중한 채용과 세심한 90일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첫걸음입니다. 이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어"라고 한번 말해보셔요.
정태희 드림
Jadechung@rebox.asia
SNS. jadechunghr
이 컬럼이 참고한 자료
Michael Watkins, 『The First 90 Days』
온보딩 효과 관련 데이터 (Enboarder 2025 등)
아마존 '바 레이저(Bar Raiser)' 채용 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