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태희입니다.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회사를 비판하는 앱은 참 많은데, "우리 회사 진짜 짱이야"라고 자랑할 수 있는 앱은 왜 없을까요. 그런 공간이 있다면 구성원은 자기 일에 더 몰입하고, 리더는 신나서 더 좋은 리더가 되고, 조직은 선순환에 올라탈 텐데 말입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이왕이면 이런 근사한 리더가 되고 기억에 남을 긍정적인 조직을 만들 수는 없을까 — 하는 야무지고 야심 찬 리박싱 사고를 해봅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몇 주 전 오랜만에 만난, 구글에 다니는 친구와의 식사 자리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만날 때마다 회사 자랑과 자기 상사 자랑을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이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조직이 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건강한 구성원이 건강한 조직 경험을 외부 지인에게 스스로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것 — 그게 결국 진짜 조직문화 브랜딩인 거죠.
중단하는 용기를 칭찬받은 리더
친구는 2년 전 야심 차게 특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5개월쯤 지났을 때, 계획대로 결과가 나지 않아 한참을 버티고 최선을 다했지만 "이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팀도 꾸려지고 리소스와 금전적 지원도 상당히 투입된 상태였는데, 친구는 용기를 내어 상사에게 솔직히 말했습니다. 이번 고과는 끝났구나, 마음의 준비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사의 말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대로 밀어붙였으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냈을 텐데, 지금 멈추자고 한 그 용기가 대단하다. 오히려 미리 손실을 막아줘서 고맙다." 이렇게 말했다며 상사 자랑을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느낀 것은, 리더의 말 한마디로 구성원은 유능해질 수도, 무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상사는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일반 리더와 달랐던 것이죠. 심리적 안전감, 실패의 용인 문화 등등 다들 말하는데 참 어려운 말들입니다. 그저 이러한 현장 이야기로 스스로 생각해보는 거죠.
고민 끝에 조찬 모임 주제로
이 여운을 안고, 마침 하반기 평가 시즌이라 요즘 고객들의 관련 의뢰도 잦았던 터라, 지난주 대표님들 조찬 워크숍의 주제를 아예 '피드백'으로 잡아봤습니다. 준비하면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의 피드백 방식은 또 뭐가 바뀌었을까 찾아봤는데, 셋의 변화 방향이 이렇게 다를 수가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부터 동료 피드백 플랫폼 '퍼스펙티브스'를 운영해왔습니다. 이 플랫폼은 피드백을 단점 지적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perspective)'으로 다뤄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며 주목받았죠. 이렇게 인식의 전환을 위해 '언어'를 바꾸는 시도는 참 많습니다. 저의 GE 재임 시절, 피드백 시 구성원의 단점(weak point)을 "고려할 사항(considered area)"이라고 명기하도록 교육받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바로 이번 달인 2026년 8월 5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플랫폼을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피드백은 정해진 요청보다 업무 중 수시로 나누는 대화에서 가장 가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부수적인 정의와 형식을 과감히 걷어내고, 리더들의 일상적인 대화 습관 자체에 집중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마존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원래 성찰형 질문 중심이었던 연례 평가, 말 그대로 '포르테' 제도를, 올해 1월부터 구성원 35만 명 전원에게 지난 한 해의 "핵심 성과 3~4가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증명하라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메타도 올해 1월, 연 2회 평가에 4단계 등급을 매기고 상위 20%에게 기본급 두 배의 파격 보너스를, 하위 3%에게는 보너스를 아예 안 주는 촘촘한 스택랭킹 구조로 갈아탔습니다.
한 회사는 형식을 걷어내고, 둘은 형식을 더욱 촘촘히 조였습니다. 금융권과 유럽 대기업들도 저마다 다른 답을 갖고 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실시간 360도 피드백 체계를 다시 도입했고, 유니레버는 목표와 성장을 함께 짚는 대화형 방식을, 지멘스는 연례 평가와 상시 피드백을 병행하는 이중 구조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여덟 곳 가까이를 나란히 놓고 공부해 보니 오히려 명확해진 게 있습니다. 이들 모두 최근 6개월 사이에 성과 제도상의 프로세스를 손봤고, 그 변화를 구성원들에게 교육하며 빠르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내용과 방향은 모두 달랐습니다.
피드백 문화 자체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분명해졌습니다. 그 회사의 전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의 사람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조직이라면 유니레버처럼 성장을 함께 짚어주는 대화형 방식이 맞을 수 있고, 보상 연계와 소통이 부족했다면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식을 혼합해 제2의 지멘스처럼 두 가지를 섞은 혼합형 제도를 설계해야겠지요.
간혹 담당자들은 이런 사례를 마음에 들다보니 그대로 자신의 조직에 옮겨보려는 생각으로 열심히 제도를 수정하지만, 결국 구성원, 리더들의 반발과 비협조로 무늬만 제도로 남는 것을 많이 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의 전략 수행에 필요한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위해, 현상 분석 결과를 모두가 함께 바라보고 어디부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 과정을 공감시킨 뒤에 그다음 실행하는 것이겠죠. 그게 없으면 아무리 유명한 방식도 겉돌 것이고, 회사마다 답이 다르기에 우리만의 제도 탄생이 어려운 것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고맥락(high-context) 사회입니다. "알잘딱깔센"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알아서 잘하며 딱 부러지고 센스 있게 처신하는 게 미덕인 문화입니다. "거시기 해서 거시기 하라"는 말 한마디에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그 주파수에 유쾌해하는 문화이기도 하고요. 저도 고백하면 이런 인재들이 여전히 귀하고 고맙고 좋더라고요. ㅎㅎ
그런데 이런 말습관이 잘못됐고 고쳐야 할 것이라는 시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흥미롭게도 서구 역시 최근 이 지점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직설적인 서구식 모델 하나만을 '유일한 정답'처럼 가르쳐온 것이 오히려 한계였다는 반성이 나오면서, 관계 기반 신뢰 쌓기를 함께 가르치는 쪽으로 글로벌 피드백 교육의 틀 자체가 넓어지고 있습니다(Talaera, 2026.4). 서구가 우리를 배운다기보다, 자기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이제야 인정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우리의 강점을 살리면서 구성원과 조직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보완된 피드백 문화가 필요합니다.
편향된 총애, 신뢰 없는 피드백은 공격이 된다
최근 코칭을 진행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경영진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분은 2년 동안 자신의 상사이자 회사 오너인 회장님에게서 개선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회장님과의 사이는 늘 좋았습니다. 그런데 인사팀의 외부 익명 진단 결과를 보고서야, 자신이 조직 안에서 어떤 리더로 보이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사실에 회장님도 본인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대체 누가 이런 얘길 했을까" 하시며, 한동안 현실을 직면하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구성원들은 너무 높은 직급의 그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두려워 엄두도 못 냈고, 일도 잘하고 확신이 워낙 강했던 그 리더 역시 스스로 개선점을 찾기보다 이미 인정받고 있는 자신만의 방식을 그대로 단단히 굳혀갔습니다. 결국 그는 편향된 총애만 받으며,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해온 것입니다. 그 리더의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이, 결국 그의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셈이지요. 관계가 좋다는 것과 정직한 피드백이 오간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진정한 성장은 자리나 나이와 상관없이,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한 조언이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될 때 일어납니다. 이게 어려운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조직에서 성장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결국 짧은 근황 토크부터
돌이켜보면 저도 현업에 있을 때 180여 개국의 다양한 글로벌 사례를 마주했고, re:Box를 시작한 뒤로는 운 좋게도 빅테크 기업을 넘어서서 지난 8년간 외부인의 눈으로 140여 개 고객사의 따끈따끈한 현장 컨설팅 사례를 만나왔습니다. 그렇게 정말 다양한 리더와 조직을 만나 보니, 결국 제가 찾은 답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신뢰, 신뢰" 하는데 막상 말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단어가 팀 내에 흘러야 하는데, 이것을 정의하지 못하니 중구난방입니다. 이 단어를 뒤로하고 보면, 피드백은 결국 짧은 근황 토크 문화에서 시작되고, 소소한 관계를 다지는 관심과 시간 투자에서 꽃이 피어납니다. 평소에 리더와 구성원 사이 신뢰의 '감정 계좌'를 쌓아두는 것 말이죠. 한쪽만이 아닌 양쪽 계좌가 두둑하면 구성원이나 리더의 실수 한두 번쯤은 자연스럽게 상쇄되지만, 잔고가 비어 있으면 사소한 말 한마디도 반격의 트리거가 되어 어느 한쪽이든 마이너스로 찍힙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저의 소견은 이렇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가정을 떠올립니다. 잘되는 집안의 아이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고들 합니다. 저도 임원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자녀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말투와 사고 체계, 행동 패턴을 통해 리더십을 가늠해보는 투사를 가끔 합니다. 안정된 집안의 공통점은, 부모의 존중과 인정이 바탕에 깔린 채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잔소리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며 "이건 안 돼, 저건 옳지 않아" 하고 되새기며 스스로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만들어갑니다. 가정도, 조직도 다르지 않습니다.
피드백의 시간은 평가를 위한 지적의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장 헤어질 것처럼 마음의 카드를 쑥 뽑아 발가벗긴 것처럼 세게 드러낼 때, 어떤 성장 피드백도 구성원은 불쾌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것은 리더의 탓만도 아닙니다. 리더도 반, 구성원도 반, 서로에게 아쉬운 것과 고마운 것을 명확한 기준을 갖고 상시로 이야기하는 것, 서로가 불완전하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런 신뢰의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서로의 성장 트리거를 나누는 것이라는 믿음의 전제하에 피드백을 실시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피드백이란 단어를 스스로 정의 내려봤습니다. 강연에서 말씀드렸듯이 피드백을 '작전타임'이라 정의합니다. "리뷰 시간이야", "피드백 줄게", "평가 결과는" 같은 말들은 벌써 두렵고 판단받는 느낌이 드니까요.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대화는 금세 스타일과 취향의 문제로 번져 마음속 논쟁이 됩니다. 오늘 우리 작전타임 가지자라고 한번 시도해보셔요.
늘 피드백을 하고나면 마음이 찝찝하여 저는 가장 놓치기 쉬운 요소를 하나의 기준, 세 가지로 묶었습니다. 일관성입니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하는 행동이 같은 '행위의 일관성',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대는 '기준의 일관성', 그리고 그 기준을 스스로 먼저 보여주는 '미러링(Mirroring)의 일관성'.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말도 그 사람의 입에서만 사는 말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야심찬 방향점을 세워봤습니다. 아직도 멀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아, 나는 이 조직에서 참 많이 성장했고 배웠다"는 생각을요. 이러한 마음을 구성원이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보람 있고 충만한 인생의 유산이 될 것 같습니다. 일에도, 가정에도, 제 삶에도 저마다의 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리더로서 제가 닿고 싶은 목적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게 리더의 비전이지요.
사실, 리더가 가장 초라해질 때는, 구성원 마음속에 "자기나 잘하지"라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구성원이 스스로 가장 초라해질 때는, 리더의 마음속에 "저 친구가 스스로 나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는 순간이고요. 이 지경까지 가지 않는 데 특별한 비결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 앞서 말한 신뢰의 감정 계좌를, 그리고 그 계좌를 쌓기 전에 나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부터 인정하는 태도를 얼마나 꾸준히 지켜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합의된 일하는 방식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부정적인 신호가 보이면 가능한 한 즉시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루면 미룰수록 감정 계좌의 잔고만 조용히 깎여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조직에서 이걸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저도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문제부터 짚지 않고, "요즘 어때요, 힘든 거 없어요?" 하고 진심의 안부부터 묻는 것입니다. 그 짧은 인사 하나가, 뒤이어 나올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훨씬 편하게 받아들이게 해주더라고요.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향한 진심 어린 지지와 안부 — 그 한마디가 제가 한국식 피드백을 여는 첫 문장입니다. 이 안부에 진정성이 담기다 보면, 안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작 피드백은 뒤로 미뤄진 채 한두 시간이 훌쩍 가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아,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몰랐구나" 싶어서, 하마터면 제 편견으로 실수할 뻔했다는 걸 깨닫고 안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약점이 무기가 되는 순간
피드백에 대한 제 이야기도 조금 보태겠습니다. 저는 어릴 적 상사와의 피드백 시간마다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지적받았습니다. 거절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것, 그리고 전략적으로 사고하라는 것. 그 당시 이 두 가지는 불편하게 들려온 반갑지 않은 비난으로 들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상사들과의 굳은 신뢰가 있었기에 끝내 스스로 풀어야 했던 평생의 제 숙제가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는 어린 시절 실행은 참 잘했지만, 상대가 실망할까 봐 거절을 못 했습니다. 잠을 줄여가며 일을 대신 떠안고, 싫은데 좋아하는 척, 무례한 일을 겪고도 괜찮은 척했습니다. 그러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나 일에 몰입해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때, 몸의 상태가 바닥나서 예민할 때 그 가짜 제스처가 들통났고, 오히려 진정성 없는 사람으로 비쳤습니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지만 저만 빼고 제 마음을 모두가 다 안 것이죠. 단호하지만 존중하는 소통과 설득 과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때부터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전략은 더 오래 걸렸습니다. 인사 실무만 오래 맡아오다 보니, 큰 조직을 이끌며 예산을 다루는 감각이나 회사의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현장과 비즈니스를 연결해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예리한 스킬이 없었습니다. 전략에 관한 책은 웬만한 건 수십 권 다 읽었고, 공장에서 몇 개월 자청하여 근무도 해보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비즈니스 미팅에서 특히 전략적인 주제 세션은 끝까지 남아 유능한 리더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들이 과업과 고객 관계를 이끄는 방식을 익혔습니다. 최고의 리더에게 직접 찾아가 멘토링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도 자주 지적을 받아 "나는 안 되나 보다" 하며 팀을 옮겨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제 리더들은 제가 노력하는 만큼 매 피드백 시간마다 저의 시도와 지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시절 저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이 두 가지 영역이 오히려 워크숍과 강연에서 저의 기술이 되어, 많은 리더와 CEO들이 지지해주는 인기 주제 영역이 되었고 결국 전략정렬, 공정한 소통 기반의 성과관리, 리더십 분야 1타 강사라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저의 최악의 영역이 저의 현장 실패 경험으로 묶여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는 최고의 기술 영역이 된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도전을 계속할 수 있었던 용기는 제 상사들이 한결같이 건네준 아프고 따끔한 피드백 덕분이었습니다. 그 비난이 결국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손흥민 선수 이야기도 이와 닮았습니다. 원래 최대 약점이었던 그의 왼발을,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5주 동안 매일 500개씩 훈련시켰습니다. 왼발을 억지로라도 쓰게 하려고 오른쪽 축구화에 압정을 꽂아둔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왼발은 지금 그를 세계 최고의 양발잡이 공격수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약했던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셈입니다.
그러니 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열정적으로 묻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비난이 가장 큰 선물이 되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생깁니다. 리더는 개선 영역을 먼저 이야기해주어야 하고, 리더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팔로워는 반드시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피드백이 아니라 피드포워드
리더십 코치 마셜 골드스미스도 과거의 잘잘못을 짚는 피드백 대신,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제안하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권합니다. 피드백은 지나간 과거를 다루기에 방어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피드포워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다루기에 개인적 비판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피드백은 리더 탓도, 팔로워 탓도 아닌, 우리 스스로의 마인드셋에서 시작됩니다.
전략에는 매출뿐 아니라 행동 방식도 담겨야 한다
리더는 전략을 세울 때 구성원이 그 방향에 정렬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전략에는 매출 목표뿐 아니라, 구성원이 앞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 하는 행동 방식까지 사전에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 원칙 합의가 있어야 리더도 구성원도 얼마든지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전략이 불가피하게 바뀐다면 그 행동방식도 빠르게 바뀌어야겠죠. 결국 일하는 방식, 팔로워와 리더, 그리고 전략의 이해, 이 셋의 재정의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합의된 기준을 가지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최고의 축구선수 메시도 경기 중 원칙을 어기면 퇴장당하는 거죠. 리더 반, 구성원 반, 서로의 불완전함을 메워가는 것입니다.
리박스컨설팅의 틀을 깨는 인사 컨설팅 시사점
실제로 올해 re:Box가 가장 많이 진행한 워크숍 주제도 다름 아닌 '리더의 피드백'과 '성과관리' 영역이었습니다. 하반기 평가를 앞두고 관련 교육 의뢰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조직이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설계할 때 조직진단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피드백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그 조직에 신뢰의 감정 계좌가 얼마나 쌓여 있는가를 진단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들여와도, 쌓인 신뢰가 없다면 피드백은 공격으로 읽힙니다. 우리 회사만의 '신뢰'가 무엇인지, 쉽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정의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리더십 교육 역시 서구식 기법을 그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고맥락 사회에 맞게 신뢰를 쌓는 법부터, 피드백을 피드포워드로 바꾸는 법까지 함께 다룹니다.
리더 스스로에게 던지는 실전 체크포인트
- 나는 구성원이 위험을 인정했을 때, 비난하는가 칭찬하는가?
- 나와 구성원 사이에 평소 신뢰의 감정 계좌가 쌓여 있는가?
- 우리 조직의 전략에는 매출 목표뿐 아니라 행동 방식까지 합의되어 있는가?
한 줄 요약: 신뢰 없는 피드백은 공격이 되고, 신뢰 있는 피드포워드는 성장이 된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구성원을 유능하게도, 무능하게도 만든다.
리더이든 구성원이든, 오늘보다 나은 나를 위해 오늘 해볼 만한 질문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리더에게는 "나, 리더로서 어때요?"라고 먼저 묻는 용기가 필요하고, 구성원은 모든것이 회사 탓 리더 탓이라 여기거나 인정받으려고만 애쓰기보다 "지금 저의 과업은 어때 보이세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국 "저 어때요?" — 이 한마디를 누가 먼저 꺼내느냐의 문제입니다. 비난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선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 주간 화이팅하세요!
정태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