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박스컨설팅입니다.
많은 기업이 ‘사일로(Silo) 현상’을 타파하고 고성능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쿼드, 스크럼, TF 등 다양한 이름의 이종결합 프로젝트를 가동합니다. 직무가 다른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마법 같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미래와 다릅니다.
왜 대대적인 변화 관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이 실패의 쓴맛을 볼까요?
그 숨겨진 원인과 성공을 위한 ‘진짜’ 조건을 짚어봅니다.
1. 시작의 기술: 설계도 없는 건축은 재앙이다
이종결합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모이고 보자'는 식의 성급한 시작입니다. 성공하는 조직은 프로젝트의 닻을 올리기 전, 누가 무엇을 맡고 각 멤버와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를 송곳처럼 날카롭게 정의합니다.
단순히 "협력하자"는 구호는 힘이 없습니다.
프로젝트 멤버뿐 아니라 이 결과물에 영향을 받는 유관 부서를 모두 식별하고, 그들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역할(R&R)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이 기초 설계가 부실하면 프로젝트 중반에 "이건 우리 일이 아니다", "누구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며 조직은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2. 몰입의 패러독스: 섞을수록 느려지는 이유
조직을 개편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구조가 바뀌면 행동도 바뀔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여기서 ‘몰입의 패러독스’가 발생합니다. 기존 업무를 유지하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된 구성원들은 심각한 ‘맥락 전환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사일로를 없애려고 만든 조직이 오히려 구성원들을 과도한 회의와 보고의 늪에 빠뜨려 실행 속도를 늦추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화를 시도할 때는 구성원의 에너지 총량을 고려하여, 프로젝트 기간만큼은 해당 업무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주는 신중함이 필수적입니다.
3. '빌런'은 성격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
협업 과정에서 소통을 거부하거나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소위 ‘빌런’은 사실 불투명한 시스템이 낳은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 인사고과권은 기존 부서장이 쥐고 있는데, 정작 일은 스쿼드에서 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며, 이것이 협업을 저해하는 빌런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즉, 개인의 인성을 탓하기 전에 조직의 평가 체계가 협업을 응원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4. 피드백과 ‘도움 요청’의 기본 원리
이 복잡한 프로세스를 굴러가게 하는 핵심은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특히 ‘불편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피드백은 상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항로를 수정하는 ‘선물’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도움 요청(Asking for Help)’의 원리가 작동해야 합니다.
고성과 조직일수록 모르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동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높게 평가합니다. 시작 단계에서 정의된 R&R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수용하는 피드백 루프가 작동할 때, 조직 내 빌런은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5. 성공의 치트키: ‘C-Level’ 챔피언의 존재
전 세계 글로벌 Top 100 기업들의 공통점은 프로젝트의 ‘챔피언(후원자)’이 대표이사나 최고 경영진이라는 점입니다. 실무진 차원의 변화는 힘의 논리 앞에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 자원 배분의 종결권: 부서 간 이권 다툼이 발생할 때 이를 즉각 정리하고 자원을 몰아줄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경영진에게서 나옵니다.
* 상징적 메시지: CEO가 직접 프로젝트를 챙길 때, 조직 전체는 "협업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라는 메시지를 뼈저리게 인식합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처럼, 최고 경영진이 직접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방패가 되어줄 때 이종결합 프로젝트는 비로소 혁신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결론: 구조보다 강력한 것은 ‘설계’와 ‘의지’입니다
이종결합 프로젝트는 단순히 사람을 섞는 물리적 변화가 아닙니다.
시작 전 명확한 R&R 설계, 경영진의 단호한 지지, 그리고 구성원 간의 솔직한 피드백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려야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변화를 위한 '구조'만 갖췄습니까, 아니면 성공을 위한 '정교한 프로세스 설계도'를 가지고 있습니까?
공고한 사일로를 허무는 힘은 명확한 정의와 책임감 있는 리더십에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