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끌벅적합니다. ‘불통’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에 혼란한 마음으로 맞는 연말입니다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다잡고 공존을 위한 기본을 점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함께 공통의 목적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가운데 ‘소통’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소통 정도는 어떠한가요?
우리는 흔히 '소통'이라는 말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소통이 쉽지 않다는 방증일 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전적 의미로 ‘소통’은 막힘없이 통하는 상태, 오해없이 뜻이 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같이 일하는 구성원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는 상태, 다시 말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설명하는지, 무엇을 설득하려 하는지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으면 됩니다.
조직에서 의사 소통은 📄 보고서 등을 통한 활자에 의해, 🗣 회의 등에서 하는 말하기에 의해 이뤄집니다. 보고서는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조직에서의 말하기는 어떠해야 할까요? 조직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특히, 팀장으로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구성원들과 대화를 즐겁게 잘 이끌어 가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말을 잘하는 팀장의 모습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잘 설명하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팀원들 간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유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 구성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잘 끄집어 내는 것도 팀장의 말하기 실력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조직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 그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체적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매순간 모든 상황에서 말을 잘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구체적인 상황마다 다르고 대처할 수 있는 방식도 제각각 일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러나 팀장으로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적인 말하기'에 익숙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포함합니다. '공적인 말하기(Public Speaking)'란, 사적인 대화와 비교되는 의미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로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말하기는 공적인 말하기에 해당합니다. 화장실에서 친한 동료와 나누는 또다른 동료의 업무 실적에 대한 이야기나 개인사에 대한 험담 역시 공적인 말하기에 속합니다. 화장실이긴 하나 공식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관계로 맺어진 동료와 나눈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회식 자리에서 나눈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어떠할까요? 역시 공적인 관계 사이에 이뤄지는 말하기라는 점과 회식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공식적인 자리임에 주목해보면, 역시 공적인 말하기라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야박하게 느껴질지라도, 팀장으로서 회사 안팎에서 동료들과 하는 대부분의 말하기는 사적인 대화가 될 수 없는 '공적인 말하기'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럼, 공적인 말하기의 기본기를 알아볼까요? 먼저 형식적 기본기를 확인해봅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이에게 무엇인가를 들려주기 위한 활동이라는 점, 즉 말하기는 듣기와 짝지을 수 있는 신체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공적인 말하기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 귀에 나의 말이 잘 가서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한 말이 그에게 소리로도 잘 들리고 의미로서 잘 전달되어야 합니다. 즉, 전달력은 공적인 말하기의 기본입니다. 회의 시간 '웅얼거리는' 말소리 탓에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그래서 그 말소리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너무 애를 먹는 상황을 만든다면, 그의 말하기는 전달력 면에서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팀장이 하는 말소리에 팀원들이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느낀다면, 해당 팀장은 그러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합니다.
또 공적인 말하기의 기본기로 🎯 집중력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에 상대방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내가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집중에 방해가 될 요인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가 동시에 제시될 때, 두 정보가 모두 지각되기 보다 시각 정보가 더 우세하게 지각되는 현상을 '시각 우세성 효과'라 합니다. 팀장의 입에서 나오는 중요한 안건을 듣는 중에 팀장의 손가락 끝에서 돌고 있는 볼펜이 있다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그가 습관적으로 돌리고 있는 볼펜에 시선을 빼앗겨 집중력을 잃게 됩니다.
공적인 말하기의 내용적 기본기는 정확성, 명확성을 들 수 있습니다. ✅ 정확성: 사적인 대화와 달리 공적인 말하기는 무엇보다 정확한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 명확성: 내가 한 말을 상대방이 달리 해석할 여지 없이 최대한 내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구성원들과 원온원을 어찌 해야 하는지,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담론과 방법들이 오고 갑니다. 그러나 그 전에 자세히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과연 구성원과의 그러한 시간에 팀장의 말하기는 구체적으로 어떤가, 소통을 위한 말하기의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는가, 말이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상대방인 구성원을 위해 잘 다듬어졌는가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소통 문제, 공적인 말하기의 기본기를 살피는 일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